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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빨려들다 삭임 달다 침샘 작은창자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39쪽부터 4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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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39쪽 둘째 줄에 지난 글에서 본 ‘삭아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요즘 쓰는 말로 바꾸면 ‘소화되어’가 되지 싶습니다. 셋째 줄에 나오는 ‘우리 몸에 빨려 든다’도 요즘 쓰는 말이 아니라서 살짝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얼른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요즘 책이나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흡수된다’는 말을 쓰지 않으면 달리 쓸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여길 수 있는데 옛날 배움책에서 쓴 ‘빨려 든다’는 말을 쓰면 훨씬 쉬운 말이 됩니다.

 

넷째 줄부터 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이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에 있어서는 다 그러하다.”는 월은 ‘생물’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이 배움책이 나오기 앞에 이기인 님이 만드신 ‘새사리갈말광’에 보면 ‘생물’을 ‘사리(살+이, 살아 있는 것)’라고 썼었는데 ‘생물’까지 바꿔 썼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다섯째 줄에 이어서 나오는 ‘삭임’은 ‘삭이다’의 이름씨꼴(명사형)으로 요즘 흔히 쓰는 ‘소화’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뒤에 있는 것은 ‘삭임’의 뜻매김(정의)인데 ‘우리 몸에 빨려 들기 쉽게 하는 일’이라는 풀이가 참 쉽게 느껴졌습니다.

 

아홉째 줄부터 열한째 줄에 걸쳐 나오는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가면 이는 음식물을 씹어서 잘게 부수고 또 입에서 나오는 침과 잘 버무려서 밥통으로 보낸다.”는 월도 ‘음식물’이라는 말만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흔히 ‘혼합해서’ 라는 말 또는 ‘섞어서’를 쓰기 쉬운데 ‘버무려서’라는 토박이말을 씀으로써 배움책의 딱딱함을 줄여 주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밥통’이라는 말도 또 나왔는데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쪽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이 말은 요즘 우리가 쓰는 ‘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열셋째 줄에 있는 ‘달아서’라는 말도 우리 나날살이(일상생활)와 가까운 말이라서 좋았고 열넷째 줄 끝에서 열다섯째 줄에 걸쳐 나오는 ‘쉬 녹는가’도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9쪽 마지막 줄과 40쪽 첫째 줄에 걸쳐 나오는 ‘목구멍을 넘어가기 쉽게 하고’도 뜻을 얼른 알 수 있게 해 주었고 40쪽 셋째 줄의 ‘음식물을 부드럽게 하고’도 참 쉽게 풀어 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넷째 줄에 나오는 ‘설탕기’는 한자말 ‘당분’이 조금 어려운 말이다 보니 그보다 쉬운 말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풀어 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섯째 줄부터 여덟째 줄에 걸쳐 나오는 “밥을 입에 넣고, 열 번 씹을 때와 백 번 씹을 때의 밥맛을 견주어 보아라.”도 ‘번과 백’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입니다. 여기서도 ‘비교해 보아라’가 아닌 ‘견주어 보아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림에 나온 ‘침샘’이라는 말을 놓고 보면 요즘에도 ‘침을 ’타액‘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배움책에서 ’타액선‘, ‘타선’이라고 쓰지 않은 것은 ‘침샘’이라는 말이 그 뜻을 바로 나타내어 주는 쉬운 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뒤에 나오는 ‘작은창자로 들어간다’도 ‘소장으로 유입된다’라고 쓰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 자리에서 볼 때 좀 더 쉬운 말을 찾아 쓸 수 있도록 더욱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4354해 온봄달 아흐레 두날(2021년 3월 9일 화요일) 바람 바람

 

*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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