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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앓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바라기 2020.09.11 10:21 조회 수 :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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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이 좀 많이 수그러드는 것 같았는데 걸린 사람이 늘어서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여름 말미(방학)가 끝나면 모든 배움이들이 나와 함께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그저 바람으로 그치고 말아 더 안타깝습니다. 빛무리 한아홉 때문에 이래저래 몸도 마음도 아픈 사람들이 많은 요즘 ‘앓이’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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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가슴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많은 분들이 자주 쓰기 때문에 모르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말집(사전)에는 ‘안타까워 마음속으로만 애달파하는 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애가 타는 일이나 안타까운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한테 말을 하거나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앓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내성적인 사람 또는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하는 분들이 ‘가슴앓이’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런 ‘가슴앓이’가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고 하니 어떻게든 풀어 보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슴앓이’는 의학에서 쓰는 갈말(학술용어)이기도 합니다. ‘명치 둘레가 화끈하고 쓰린 증상’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데 흔히 위의 신물이 밥줄인 식도로 거슬러 올라올 때 생기며 신물이 입안으로 올라올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이른바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이라고 알아두시면 되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가 아프다고 하면서 ‘치통’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치통’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이 바로 ‘이앓이’입니다. 이가 쑤시거나 몹시 아픈 것을 말하고 ‘이앓이하다’는 ‘치통을 앓다’라는 뜻이 되니까 자주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여름 말미(휴가) 때 물놀이를 한 분들 가운데 이것 때문에 힘든 분들도 있지 싶습니다. 귀에 물이 들어가서 걸리기도 하고 귀에 들어간 물을 닦아내다가 걸리기도 하는 거죠. 바로 ‘귀앓이’입니다. 말집(사전)에서는 ‘귓속이 곪아 앓는 병. 또는 그런 증상’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흔히 고뿔에 걸렸을 때 오기도 하는 ‘중이염’이 ‘귀앓이’니까 그렇게 이어서 생각하면 잘 떠오르지 싶습니다.

‘앓이’가 들어간 토박이말에 ‘설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도 처음 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처음 보거나 듣는 말을 가지고 무슨 뜻일지 어림해 보시는 것도 재미가 있습니다. 제 둘레 사람들한테 이 말이 어떤 뜻을 가진 말일 것 같은지 물었더니 앞에 있는 ‘설’을 ‘혀 설’자로 보고 ‘혀가 아픈 것’을 뜻하는 것 같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우리 겨레 잔칫날인 명절 가운데 하나인 ‘설’을 쇠는 게 힘든 것을 빗대어 나타낸 말 같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른바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을 가리켜 ‘○○앓이’라고 하기도 하니까 ‘설앓이’를 설을 쇠는 게 힘들고 아픈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새로운 뜻을 담아 써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가볍게 앓는 병’이라는 뜻입니다. ‘설’의 말밑을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나오기도 하는데 ‘손에 설다’ ‘눈에 설다’ 할 때도 쓰이고 ‘밥이나 과일이 설익다’ 할 때도 쓰는 ‘설-’입니다.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도 걸리면 열이 나고 기침이 나는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런 증상도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흔히 ‘무증상’을 ‘설앓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